국비유학 응시자격에서 학점 삭제한 정부…'불공정' 선발 우려도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입력 2022-10-31 10:00   수정 2022-10-31 14:50

정부가 국비 유학시험 응시자격에서 '학점 등 성적'을 삭제하기로 했다. 정량적 평가만을 고려하는 학점 요건을 삭제하고 정성평가를 통해 학업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면접 등을 통해 국비유학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불공정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점 안좋아도 자소서 잘쓰면 국비 유학 간다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원회는 3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재검토 규제정비 결과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올해 일몰이 도래한 1755건 중 333건을 정비하고 229건은 재검토기한을 해제해 영구화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중 14개 규제를 주요 규제 정비 사례로 소개했다.

국비 유학은 정부가 대학 졸업자 등을 선발해 해외 유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미국의 경우 연간 4만달러가 지원된다. 정부는 이번 규제 재검토를 통해 국비유학생 선발시험 응시자격 조건에 학점 등 성적을 삭제하기로 했다. 현재는 국외유학에 관한 규정 제21조에 따라 대학 이상의 학력, 학점 등 성적, 학교장 추천 등이 필요하다. 이중 성적은 학교의 전 과정의 평균 성적이 만점의 70~80% 이상일 것으로 규정돼있다. 학점이 4.5 만점이면 3.15, 4.3 만점이면 3.01 이상이어야한다. 학점 기준으로는 B~B+ 수준이다.

정부는 이번 규제 재검토를 통해 내년 상반기 중 학점 등 성적 요건을 삭제해 국비유학 응시자격에 관한 진입규제를 완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비유학생 선발 과정에서 정성적으로 학업성적이 평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비유학생을 선발할 때 1차 시험에서는 학업성적, 국외수학계획서 및 자기소개서, 대외활동 실적, 한국사능력검정시험성적, 외국어시험성적 등 다섯개 항목을 평가한다. 배점은 각 20점이다. 학점 응시기준이 삭제되면 대외활동과 자기소개서 등에서 학업성적을 크게 뒤집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대외활동과 자기소개서 등은 대학입시 등에서도 불공정 논란이 종종 불거지는 항목이다. 특히 고소득층이 이를 만들기 쉽기 때문에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2차 시험은 면접심사다. 이 역시 누가 면접을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전공필기시험은 2010년 이후 시행되지 않고 있다.

학생의 성적을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학업성적 비중이 낮아지면 면접관 등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국비유학생이 선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비유학의 대상자이자 '조국사태' 등을 겪으며 '공정성'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다른 조건이 좋은 우수한 학생이 학업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배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응시자격에만 학점 조건을 삭제한 것"이라며 "1차 서류평가 때는 학업성적을 계속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대학생들이 재수강을 하는 것이 어려워진 점도 감안됐다"고 덧붙였다.

불공정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관해서는 "교육부가 선발 과정을 공정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협협동조합 등의 간부직원의 자격 요건도 완화된다. 기존에는 조합, 중앙회, 수협은행, 수산관련 행정기관, 수산업 또는 금융업 등에 일정기간 종사한 자로 한정했지만 신기술 관련 민간 경력자 등도 추가하기로 했다. 관피아의 조합 취업을 줄이고, 신기술 관련 사업 활동 촉진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조합 관련 경력이 없는 인사가 민간 분야에서 낙하산으로 들어오는 것을 잘 관리해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운전적성 없어도 면허 주겠다고?
안전 문제가 우려되는 규제 개선 사례도 제시됐다. 전기를 사용하는 옥외광고물은 지상 10m 이상 설치하고, 신호등 등 근처에는 설치할 수 없도록 돼있었는데, 이를 완화키로 했다. 네온류, 전광류를 사용하거나 디지털광고물인 경우에 한해서다.

여객자동차 운전자격시험에 응시할 때 필요한 운전적성 정밀검사 적합 판정도 시험 응시 시점에 받아야했던 것을 실제 업무 시작 전에만 받아도 되는 것으로 바꾼다.

환경분야의 규제 정비 사례도 대거 포함됐다. 환경부는 지난 2020년 대기관리권역 내 총량관리사업장에 굴뚝자동측정기기 설치를 의무화하면서 3종 이하 사업장의 소량 배출구 설치는 2022년 말까지 유예했다. 이번 재검토를 통해 이 조치가 1년 추가 유예됐다.

재활용 의무사용량 감면 인정범위도 확대된다. 기존에는 전기·전자제품 제조업자가 폐전기·전자제품을 재활용한 재생원료를 사용한 경우 다음 연도 재활용의무량에서 재활용 원료 사용량만큼 감면해줬지만 이를 모든 재생 원료를 사용한 실적까지 인정키로 했다.

공공처리시설에서 처리가능한 폐수 배출 기준 등도 바꾼다.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은 80mg/L에서 120mg/L로 총유기탄소량(TOC)은 50mg/L에서 75mg/L 등으로 완화된다.

지식산업센터 지원시설에 입주할 수 있는 지원시설은 금융, 의료, 기숙사, 운동시설, 어린이집 등에서 모든 시설로 확대하기로 했다. 사행행위 사업장, 위락시설 등만 제한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산단 입주 계약은 공사를 하지않더라도 3년까지 계약을 보장한다. 지금은 2년까지만 보장토록 돼있다. 건설사업자의 벌점 기준에서 무사고시 벌점을 경감하는 제도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생활밀접형 규제 개선 사례도 있었다. 원격 평생교육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이 학습비 반환을 요청할 경우 기존에는 수강일 시작 기점으로 기간을 산정해 환불했는데, 이를 실제 강의 수강 진척도에 따라 산정해 반환키로 했다. 수업시작이 된 후 수강을 하나도 하지 않은 채 반환신청을 하면 전액을 반환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응급구조사의 응급처치 범위는 현재 14종(1급 기준)으로 한정돼있으나 이를 심장 정지자에 대한 약물 투여 등으로 범위 확대 추진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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